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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은 똑똑해 보이지 않고 ‘사람 같아’ 보인다

by 축제 지식만땅 2026. 2. 2.

전문성 vs 인간성의 균형

많은 사람들이 글을 쓸 때 가장 먼저 신경 쓰는 것은 “전문적으로 보이는가”이다. 표현이 정확한지, 용어가 적절한지, 빈틈없는 논리 구조를 갖추었는지에 집중한다. 틀린 말은 하지 말아야 하고, 허술해 보이면 안 되며, 되도록이면 똑똑해 보이고 싶어 한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독자에게 오래 기억되는 글은 대개 그렇게 완벽하게 정리된 글이 아니다. 오히려 읽는 순간 “이 사람 같다”는 느낌이 드는 글이다.

전문성이 신뢰를 만든다면, 인간성은 관계를 만든다. 그리고 블로그라는 공간에서는 신뢰만으로는 부족하다. 관계가 형성되어야 다시 찾게 된다. 좋은 글이란 결국 전문성과 인간성이 균형을 이룬 글이다. 똑똑해 보이기만 하는 글이 아니라, 생각하는 사람이 보이는 글이다.

 

좋은 글은 똑똑해 보이지 않고 '사람 같아' 보이는 이유에 대해 설명 하겠습니다. 

 

좋은 글은 똑똑해 보이지 않고 ‘사람 같아’ 보인다
좋은 글은 똑똑해 보이지 않고 ‘사람 같아’ 보인다

 

 똑똑해 보이는 글이 오히려 멀어지는 이유

많은 글쓰기 조언은 이렇게 말한다. 정확하게 써라, 논리를 갖춰라, 근거를 제시하라, 빈틈을 줄여라. 이 조언들은 틀리지 않다. 실제로 정보 전달만 놓고 보면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다. 문제는 블로그 글이 단순 정보 전달 문서가 아니라는 점이다. 블로그는 사람이 쓰고, 사람이 읽고, 사람을 기억하는 공간이다. 그런데 지나치게 “똑똑하게 보이도록” 설계된 글은 정보 전달에는 성공해도 관계 형성에는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왜 이런 일이 생길까.
이유는 완벽하게 정리된 글일수록 사람의 흔적이 지워지기 때문이다.

똑똑해 보이는 글의 전형적인 특징은 문장이 단정적이라는 것이다. “~이다”, “반드시”, “항상”, “결론적으로” 같은 표현이 많고, 반대 가능성을 거의 열어두지 않는다. 읽는 입장에서는 이해가 빠르다. 구조가 잘 정리되어 있어서 머리에는 잘 들어온다. 하지만 마음에는 잘 남지 않는다. 왜냐하면 이런 글에는 판단의 결과만 있고 판단의 과정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사람은 결과보다 과정을 통해 상대를 인식한다. 누군가의 결론보다, 그 결론에 도달하기까지 어떤 고민을 했는지를 알 때 신뢰가 생긴다. 그런데 지나치게 정리된 글은 이 과정을 삭제한다. 시행착오도 없고, 망설임도 없고, 선택의 이유도 짧다. 마치 처음부터 정답을 알고 있었던 사람처럼 보인다. 이때 독자는 감탄은 할 수 있어도, 가까움을 느끼지는 못한다.

또 하나의 이유는 무의식적 위계감이다. 지나치게 완성도 높은 문장은 독자를 대화 상대가 아니라 평가 대상으로 느끼게 만들 수 있다. 설명을 듣는 느낌이 아니라, 채점 기준을 전달받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글쓴이는 그런 의도가 전혀 없더라도, 독자는 “나는 모르는 쪽, 저 사람은 아는 쪽”이라는 구도가 형성된다. 이 구도는 존중은 만들지만 친밀감은 만들지 못한다.

흥미로운 점은, 실제로 실력이 있는 사람일수록 말이 조금 느슨하다. 단정 대신 조건을 붙이고, 결론 대신 전제를 설명하고, 주장 대신 관점을 제시한다. 왜냐하면 현실이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반대로 지식을 과시하려는 글일수록 표현이 과하게 단단해진다. 확신이 커서가 아니라 흔들리면 안 된다는 긴장이 문장에 묻어난다.

독자는 이 긴장을 감지한다. 그리고 긴장이 느껴지는 글에서는 쉽게 마음을 열지 않는다.

똑똑해 보이는 글이 멀어지는 또 다른 이유는 독자의 참여 공간이 없기 때문이다. 모든 것을 다 설명해버린 글에는 독자가 생각할 여지가 없다. 해석의 틈도 없고, 질문의 자리도 없다. 이해는 되지만, 개입할 수 없다. 반면 약간의 여백이 있는 글은 독자의 생각을 끌어들인다. “나는 조금 다르게 보는데?”, “내 경우엔 이랬다” 같은 내부 반응이 생긴다. 이 반응이 생길 때 글은 일방 전달이 아니라 상호작용이 된다.

결국 독자가 오래 기억하는 글은 완벽한 글이 아니라 사람이 느껴지는 글이다.
조금의 망설임, 판단의 이유, 선택의 기준, 생각의 흐름이 드러난 글이다.

정보만 정확한 글은 참고자료로 남는다.
사람이 느껴지는 글은 작성자로 남는다.


인간성이 느껴지는 글에는 판단의 ‘과정’이 보인다

사람 같아 보이는 글은 결론만 말하지 않는다. 결론에 이르는 사고의 경로를 함께 보여준다. 무엇을 기준으로 판단했는지, 어떤 가능성을 제외했는지, 어디서 고민했는지가 드러난다. 이 과정이 드러날수록 글은 입체감을 갖는다.

전문성만 강조된 글은 종종 결과 중심으로 쓰인다. “이렇게 해야 한다”, “이 방법이 맞다”, “이것이 효과적이다” 같은 문장이 이어진다. 반면 인간성이 느껴지는 글은 과정 중심이다. “나는 이렇게 판단했다”, “이 기준을 더 중요하게 봤다”, “이 경우에는 다르게 볼 수 있다”는 표현이 등장한다. 같은 정보라도 전달 방식이 다르다.

과정이 드러나면 독자는 두 가지를 느낀다.
첫째, 생각을 대신 강요받지 않는다는 안도감.
둘째, 함께 생각하고 있다는 동행감.

이 동행감이 중요하다. 블로그 글은 강의가 아니라 대화에 가깝다. 독자는 지식을 주입받기보다 사고의 자리에 초대받을 때 더 깊이 읽는다. 완성된 답보다 함께 도달한 답이 더 오래 남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인간성이 느껴지는 글은 약간의 여백을 남긴다. 모든 가능성을 닫지 않고, 다른 해석의 자리를 인정한다. 이것이 전문성이 약하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자신의 판단 범위를 정확히 아는 태도에 가깝다. “여기까지는 확실하지만, 여기부터는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 이 문장이 들어가는 순간, 글은 똑똑해 보이는 수준을 넘어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의 말이 된다.

 

 전문성과 인간성은 함께 있을 때 힘이 세다

전문성과 인간성은 서로 반대 개념이 아니다. 한쪽을 선택해야 하는 관계도 아니다. 문제는 균형이다. 전문성만 앞세우면 차갑고, 인간성만 강조하면 가벼워진다. 좋은 글은 이 둘이 동시에 느껴진다. 읽다 보면 “잘 아는 사람이네”라는 생각과 함께 “말을 믿고 싶다”는 느낌이 같이 든다.

균형 있는 글에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우선 용어를 쓰더라도 독자를 시험하지 않는다. 어려운 개념을 사용할 때는 과시가 아니라 이해를 목적으로 풀어준다. 그리고 단정할 때는 이유를 함께 밝힌다. “그냥 그렇다”가 아니라 “이래서 그렇게 본다”라고 말한다. 이때 전문성은 권위가 아니라 설득 가능한 판단이 된다.

또한 균형 있는 글은 감정을 완전히 제거하지 않는다. 지나친 감정 표현은 피하지만, 판단의 배경이 된 문제의식이나 중요성은 드러낸다. 왜 이 이야기를 꺼냈는지, 무엇이 아쉬웠는지, 어떤 변화를 기대하는지가 보인다. 이 요소들이 글에 온도를 만든다.

독자는 냉정한 데이터만으로는 움직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감정만으로도 움직이지 않는다. 이해와 공감이 함께 있을 때 움직인다. 전문성은 이해를 만들고, 인간성은 공감을 만든다. 그래서 좋은 글은 똑똑해 보이려고 애쓰지 않는다. 대신 정확하게 생각하고, 솔직하게 말한다.

결국 오래 읽히는 글의 인상은 이렇게 남는다.
대단히 어려운 말을 한 사람이 아니라,
잘 아는 것을 사람답게 말해준 사람.

그 차이가 재방문을 만든다.